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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따스 음악중고등학교의 교장신부님과 후원회원님들이 글로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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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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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비따스음악학교 작성일19-02-01 10:32 조회4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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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울대교구의 서품식이 있는 날입니다. 서품 받는 새 사제들이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충실히 걸어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성소국장으로 5년 동안 있었기 때문에 서품식은 저의 주된 업무였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이 긴장되고 힘은 들었지만 가장 보람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1년 농사를 마치고 수확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멀리 미국의 댈러스에 있지만 새 사제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서품식 준비를 위해서 수고하는 성소국 직원들과 봉사자들에게도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미국 교회는 사제성소가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유럽의 교회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사제가 없는 교회는 미사가 없고, 미사가 없는 교회는 성체성사가 없는 교회가 되고, 성체성사가 없는 교회는 영적으로 메말라가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어째서 사제성소가 감소하고 있을까요? 사제성소의 밭인 가정에서 기도와 찬미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문을 열면서 교회의 소중한 전통과 가르침을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물질과 자본이라는 달콤한 독배를 마시면서 말씀과 영성이라는 진리를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친교와 축제라는 열매는 좋아하지만 희생과 봉사라는 뿌리가 되기를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순교자들의 피와 땀으로 세워진 한국교회는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하였습니다. 사제성소와 수도자성소가 증가하였고, 성전 신축이 매년 이루어졌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을 비롯한 한국 교회의 사목자들은 인권과 정의를 이야기하였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이웃이 되어 주었습니다. 예비자들은 스스로 교회를 찾았습니다. 교우촌을 중심으로 순교자 영성이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순교자 영성이란 무엇입니까? 시간이 공간보다 위대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위해서 재물과 집 심지어 목숨까지도 기꺼이 포기하는 영성입니다. 일치는 분열보다 강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신분제도의 사회였던 조선은 양반, 상놈, 양민, 천민의 구분이 철저하였습니다.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였던 이들은 신앙 안에서 한 형제와 자매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 지상에서 이미 천국을 살고 있었습니다. 전체가 부분보다 강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일차원을 달리는 기차는 2차원을 달리는 자동차를 능가하기 어렵습니다. 2차원을 달리는 자동차는 3차원을 날아가는 비행기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 이웃, 국가, 지구, 태양계, 은하계를 넘어 우주를 창조하신 하느님께 의탁하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것입니다. 실재는 관념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라고 하셨습니다. 강도를 당한 사람의 이웃은 그를 치료해 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한국교회의 교우촌은 실재가 관념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준 공동체입니다. 함께 나누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복음을 전하는 공동체였습니다.

 

한국교회가 순교자 영성을 망각하고 세상의 것들을 따라간다면, 영적인 풍요로움을 외면하고 물질의 풍요에 빠져든다면, 가정에서 기도와 대화가 사라지고 텔레비전과 스마트 폰에 시간을 내어준다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듣지 않고 가진 것을 내어 주지 않는다면 한국교회의 성소도 감소할 것입니다. 교회는 생동감을 잃어버리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물질과 자본은 하느님나라의 겨자씨가 될 수 없습니다. 성공과 명예와 권력은 하느님나라의 겨자씨가 될 수 없습니다.

 

무엇이 하느님나라의 겨자씨가 될 수 있을까요? 무엇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쉼터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의 제1독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때에는 공공연히 모욕과 환난을 당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그러한 처지에 빠진 이들에게 동무가 되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또한 감옥에 갇힌 이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었고, 재산을 빼앗기는 일도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보다 저 좋고 또 길이 남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 약속된 것을 얻으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입니다.”

 

오늘 서품 받는 새 사제들이 하느님나라를 알리는 겨자씨가 되면 좋겠습니다. 새 사제들의 미사와 복음 선포가 영적으로 메마른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용기를 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 또한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이 되기보다는 끝까지 인내하여 믿음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재형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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